“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지역내일 2017-05-22

공자의 어록을 담아 후대에 엮은 책인 <논어(論語)> 「학이(學而)」편 첫 구절이자 학생 때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문장이다. 이제는 고인이 된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쓴 <강의>(2004)에서는 이 구절에 대한 해석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하였다. 그는 ‘습(習)’을 복습(復習)의 의미로 이해하기보다는 글자의 모양이 나타내고 있듯이 부리가 하얀 어린 새가 날갯짓을 하는 모양으로서 ‘실천’의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시(時)의 의미도 ‘때때로(often)’가 아니라 여러 조건이 성숙한 ‘적절한 시기(timely)’로 읽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배우고 실천의 시점이 적절할 때 실천해야만 비로소 의미가 있는 학습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문구에 대한 해설은 뉘앙스의 차이가 있겠지만 결론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장 보편적이지 않을까 스스로 질문을 해보고 답한다. 배움[學]이 과잉인 시대에서 익힘 또는 실천[習]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선현의 뜻이 아니겠는가.


배움은 곧 실천, 나는 잘 했는지 반성
중간고사를 치르고 난 뒤의 학생들에게 얼마(?) 쉬지도 못했는데 또다시 공부하라는 교사의 지겹고도 뻔한 잔소리쯤으로 치부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나는 또다시 배움을 이야기 하고 싶다. 나는 교사라는 직업인이기에 앞서 인생을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서 배움과 실천의 조화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한 살 한 살 먹을 때마다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다.
다소 뜬금없고 부끄럽지만 젊었던 시절 나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봤다. 나는 불타오르는 의지가 가득해 내가 지닌 지식의 부족함 또한 그나마 가진 지식에 걸맞은 실천력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내가 속한 집단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내 모습은 잘 보지도 못하고 나보다 못한(?) 타인을 흉보거나 사회 탓을 하면서 분을 삭이고 엉뚱하게도 학생들에게만 높은 기준을 제시하며 지킬 것을 강요하였고, 혹여 이를 지키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불호령을 내렸었다.
그러한 지도가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 삼으며 싸우듯이 교직 생활의 초반을 지냈다. 그러다 어느덧 나이 40대에 이르러보니 학생들에게 나의 모습은 버럭버럭하는 형편없는 교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가르칠 지식을 아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음에도 교과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교육활동의 전부인양 생각하고 교과 지식 전달 이외에도 진로, 상담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공부하지도 혹은 조금의 가르침을 얻었어도 배움에 걸맞은 실천의 노력을 게을리 했기 때문에 중견교사임에도 선생님이 아닌 ‘꼰대’가 되었다고 반성한다. 교과 내용을 잘 가르치는 것만을 교사가 지녀야할 능력의 대부분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부끄럽게도 최근에 와서야 생각을 바꾸고 학습의 주체로서 학생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있다. 


과정이 중요, 배우고 발견하는 즐거움
미국의 화학교사 램지 무살람(Ramsey Musallam)은 TED(미국 비영리 재단에서 운영하는) 강연회에서 학구열을 불타오르게 하는 3원칙(호기심 우선, 엉망인 상황을 받아들이기, 반성적 사고 연습)을 이야기하며 그 첫 번째 원칙으로 ‘호기심 우선’을 꼽았다. 공부는 마치 게임하는 것과 비슷하다.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그 문제를 푸는 과정이다. 학생들에게 사회현상에 대해서 무엇이 궁금한지를 묻고, 그걸 스스로 퍼즐로 만들고, 맞춰보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어야 했는데 나는 그러질 못했다.
사회 과학적 연구는 사회 현상에서 패턴을 찾고, 그 패턴이 얼마나 많은 곳에 나타나는 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세상사를 바라볼 때 그냥 보지 않고 그 배후에 존재하는 원리가 있다고 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교과서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나는 그 기회를 수업에서 박탈하였다. 교사라면 문제를 스스로 만들어 풀고, 현실의 패턴을 발견할 수 있을 때 오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지금에 와서 생각한다.
종교인은 경전을 열심히 읽고 예식에 열심히 참여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신을 향한 마음, 즉 신앙이다. 마찬가지로 학문도 학습과 응용,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과정이다. 배우는 즐거움, 발견하는 즐거움, 그런 걸 모르고 살 수도 있지만 알고 산다면 인생이 훨씬 더 풍요롭고 아름답다. 학문의 근본인 철학(philosophy)의 그리스 원어인 ‘필라소피아(φιλοσοφα)’가 의미하는 바는 ‘지혜를 향한 사랑’이다.
  

진학 관련 업무를 하면서 진학 결과에서 눈에 띄는 학생들을 지켜보니 그저 단순히 교사의 수업내용을 잘 받아들여 잘 적어내는 수동적인 공부만 잘하는 학생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야 다시 깨닫게 되었다. 비록 지식을 측정하는 시험 중심의 교육환경에서도 소위 우등생들은 배우고 나서 배움을 실천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학습자들임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
매년 중간고사를 보고나면 학생들 중 상당수가 성적을 어떻게 해야 올릴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학원을 바꿔보기도 하고 교재를 바꾸기도 하고 공부법을 바꾸는 등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한다. 공부법에는 왕도가 없기에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배움과 실천의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길을 찾는 학생들이라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간디 학교 교가 가사 중 일부로 졸필을 마무리 하고 싶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우리 모두가 지금 사는 인생의 꿈을 꾸고 이룰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중앙사대부고 박정득 교사(진학부·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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