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 둘레길을 함께 걷다② - 애국애족의 역사를 큰 품에 안은 ‘흑성산’]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다가서는 역사의 흔적

김나영 리포터 2017-06-19 (수정 2017-06-22 오전 11:57:08)

기획 - 도솔 둘레길을 함께 걷다

지명은 공간의 특성을 반영한다. 천안(天安). 하늘 아래 가장 편안한 도시. 지명에 최고의 찬사가 담겼다. 하지만, 그 엄청난 의미를 지녔음에도 정작 천안의 본 모습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천안을 소개할라치면 오래도록 뜸을 들이게 된다.
3년 전 고장의 아름다움을 찾아보고자 하는 이들이 모여 도솔 둘레길을 찾고, 걷기 시작했다. 이들은 천안을 상징하는 오룡쟁주를 중심으로 12구간을 정리해 매월 한 구간씩을 걷고 있다.
천안아산내일신문은 천안시민들과 함께 도솔 둘레길 12구간을 함께 걸으며 구간을 소개하는 ‘도솔 둘레길을 함께 걷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시민들이 직접 내 고장을 알아보고자 하는 소중한 마음과 함께 도솔 둘레길의 아름다움과 곳곳에 숨은 천안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소망한다. <편집자 주. 자세한 구간은 천안아산내일신문 블로그(mynaeil.blog.me) 참조>


6월 도솔 둘레길 흑성산 구간을 걷기 위해 모인 사람들


천안은 우리나라의 아픈, 동시에 기억해야 하는 역사의 기록을 품고 있다. 일제강점기 35년의 아픔과 함께 혼신의 힘으로 이루어낸 독립의 기쁨을 기록한 ‘독립기념관’이 목천에 자리해 호국보훈의 도시로 자리하고 있다.
흑성산은 독립기념관을 큰 품에 안고 있는 지역의 대표 명산. 6월 도솔 둘레길은 바로 그 흑성산이다.
6월 10일 진행한 흑성산 구간은 독립기념관 정문 - 단풍나무길 - 일출 전망대 - 정상 - 정자 - 패러글라이딩 장소 - 석천리 고개. 총 3시간 정도 소요됐다. 도솔 둘레길 어느 구간 한 곳 이야기를 품지 않은 곳 없지만, 흑성산은 특히 역사와 지역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구간이다. 


조선 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 단풍나무길에서 흑성산 정상으로 들어서는 초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일제의 잔재 

토요일 오전 8시의 흑성산은 고요하다. 가까이 자리한 독립기념관이 워낙 찾는 이들이 많고, 주말이면 야영은 물론, 크고 작은 행사들로 북적거리는 터라 흑성산은 상대적으로 한적함이 더하다. 특히 자동차를 타고도 정상까지 다녀올 수 있어 수고로움 없이 산 정상의 탁 트인 전망을 가질 수 있으니 굳이 산길을 걸을 생각은 않는 지 모를 일이다.
6월 10일(토) 도솔 둘레길을 함께 걷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반가운 인사를 전했다. 산을 오르기 전 이날 오르는 흑성산 구간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이어지며, 박문수 어사의 묘소가 왜 은석산에 자리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일화도 소개한다. 묘소를 지금의 독립기념관 자리인 흑성산 아래에 마련하려고 할 때, 한 지관이 나타나 ‘이곳은 200여년~300여년 후 나라의 큰 터로 쓰일 곳이니 다른 데로 장지를 잡으라’고 하여 지금의 은석산 정상 바로 아래에 터를 잡았다는 이야기다.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듣듯 신기하고, 또 재밌다.
그리고 곧 걷기의 시작. 단풍나무길이 오늘 구간의 시작이다. 단풍나무길은 해마다 가을이면 독립기념관이 ‘가을문화한마당’을 열어 천안시민은 물론, 온 국민에게 공개할 정도로 아름다운 길이다. 가을날 만날 수 있는 울긋불긋한 색색의 화려함이 아니더라도, 초여름 갖가지 초록을 뒤집어쓴 길 역시 장관이다.
단풍나무길 초입에는 ‘조선 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이 있다. 1995년 조선총독부 철거를 단행하고 철거부재를 이전해 조성한 곳이라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잠시 단풍나무길을 걸으며 준비를 마쳤다면, 이제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이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며 흑성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 안에서 우리의 역사와 지역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훼손 없는 자연 풍경 만끽

5월 도솔 둘레길로 다녀온 광덕산과 달리 흑성산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편이다. 덕분에 자연은 훼손 없이 잘 보존될 수 있다고. 물론, 이 산길이 사람들로 꽉 들어차 엉금엉금 발을 떼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새해 일출을 위한 순간. 흑성산은 천안과 아산을 통틀어 일출을 맞기 좋은 최고의 명소로 꼽힌다. 최고의 야경을 담을 수 있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망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정상 등 어디나 사방팔방 트여 천안은 물론, 그 넘어서까지 시야에 담을 수 있다. 날이 쾌청한 날은 천안의 지도를 실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저 풍경의 아름다움만으로 흑성산을 기억할 수는 없는 것이 이름에 담긴 안타까운 이야기 때문. 흑성산의 원래 이름은 검은산(儉銀山)이었다고 한다. 일제 때 ‘검은’이라는 지명의 ‘검다(黑)’는 뜻을 그대로 옮겨 흑성산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구자명 교장은 “흑성산의 옛 이름인 검은산에서 ‘검’은 높다 크다 신성하나 등의 뜻을 함축한 옛말로, 단군왕검의 ‘검’, 임금의 ‘금’과 통하는 말이었다”며 “큰 산, 신령한 산이라는 의미를 지닌 산을 그저 검다는 의미의 산으로 격하한 것만 봐도 우리나라의 정신과 정통성을 말살하기 위한 일제의 만행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디디고 밟으며 올랐기에 더 가슴 깊이 다가오는 이야기. 내 지역의 이야기를 알고, 더 가까이 느끼게 하기에 도솔 둘레길은 또 한 번 의미를 남긴다.


단풍나무길, 흑성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천안의 곳곳을 넉넉하게 둘러볼 마음 갖는 계기

흑성산은 늘 친근한 곳이었다. 독립기념관을 품고 있기에 익숙했다. 하지만 정작 오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 굳이 수고를 하지 않아도 쉽게 정상을 밟을 수 있기에 꾀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기회가 닿아 걸어본 흑성산은 자연의 기운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어 매력적인 공간. 곳곳에서 역사의 흔적을 발견하는 이야기가 가득하고, 정상에 올라서는 천안과 인근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내 고장에 대한 새로운 발견인 동시에 친밀감을 다지게 되는 순간.
익숙하기에 오히려 소홀했던 내 지역 내 고장에서 앞으로 또 어떤 신선한 발견을 이어가게 될까. 7월에는 태조산 구간에서 도솔 둘레길 걸기를 잇는다.
 

3년 전부터 한마음고등학교 구자명 교장과 천안시민들은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천안 사랑 뽈레 뽈레 도솔 둘레길 걷기(이하 도솔 둘레길)’를 진행하고 있다. 구자명 교장은 천안을 상징하는 오룡쟁주를 중심으로 한 걷기 길 7구간과 천안의 명산 5곳을 묶어 총 12구간을 정리했다(천안아산내일신문 1228호 3면 참조).
7월 도솔 둘레길은 태조산 구간을 진행(7월 15일 예정)한다. 도솔 둘레길을 함께 걷고 싶거나 또는 구간에 대한 문의사항이 있는 경우 문자(010-6422-7580)나 이메일(wlzladl99@hanmail.net)로 연락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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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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