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스타샘

창덕여고 김호순 3학년부장교사

교사, 학생 편에서 생각하고 보듬어줘야 하는 사람

박경숙 리포터 2019-07-24

올해로 교직에 몸을 담은 지 31년이 되었다. 여러 고등학교에서 재직하며 2019년까지 한 해도 빠뜨리지 않고 매년 담임을 맡았다. 31번 동안 학급의 아이들과 부대끼며 쌓은 추억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수학을 가르치며 학교 안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20대 중반, 열정적으로 임했던 교직생활이 밑거름이 되어 이제는 아이들의 눈빛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고 고민을 담고 있는지 추측이 가능합니다.”
창덕여고에서 그는 5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고에는 첫 부임했기에 딸같이 예쁘고 재기발랄한 아이들과 생활하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유난히 예뻐요. 자기표현도 잘하고 솔직하고 서로 우애 있게 지내지요. 제 생일을 어떻게 알았는지 소박하게 담임 생일도 챙기고 함께 나눌 줄 아는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더 큰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첫 부임 학교에서 아팠던 학생을 떠나보내며
군 제대를 마친 그는 1988년 9월에 구로고로 첫 발령을 받았다. 구로고의 학생들과 겨우 6~7살 차이나는 ‘큰 형’같은 담임으로, 5년이 넘는 시간동안 학급 학생들과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여러 학생들을 만나며 교사의 역할에 대하여 더 깊은 생각을 펼쳐나갔던 시기이기도 했다.
“학급에 몸이 아픈 학생이 있었지요. 매일 아버지가 오토바이에 태워서 등교를 시키셨어요. 어느 날 가정방문을 했더니 그 학생 방의 네 면이 모두 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더군요. 몸이 아파 결석을 자주 해도 공부를 놓지 않고 성적을 잘 유지하기 위해 혼자 부단히 노력했던 아이였어요. 가정방문 2주 후에 그 아이가 세상을 떠나며 반 학생들과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바다로 여행가는 것이 꿈’이었던 학생의 바람에 따라 동해 바다에 학생의 유골을 뿌렸다. 이 일을 계기로 반 학생들과 함께 허심탄회한 인생 이야기와 눈물을 나누며 학급의 비행청소년 3명이 마음을 다잡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어린 학생들을 대할 때는 ‘인간적으로, 학생에 대한 이해를 더 넓게 하자’고 김호순 교사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학생과 교사 입장에서 다양한 개선 사항 건의해
1990년대 부임한 고교는 교사 간 수직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 학교에서 최연소로 3학년 담임을 맡은 김호순 교사는 교사경력이 짧아서 어려움도 겪었지만 학교 내 불합리한 정책들이 눈에 자꾸 보였다.
“교내 불합리한 제도에 맞섰던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치에 맞지 않고 납득이 가지 않는 교내 정책을 고쳐 나가고 학생 편에서 개선 사항을 건의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던 시기였지요. 나름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불합리하게 느껴졌던 제도가 조금씩 바뀌며 학교생활이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2010년에는 과학중점학교인 강일고 개교 준비교사로 활동하며 1학년 부장을 맡았다. 처음 학교 문을 여는 일을 하다 보니 교가와 교표 만들기, 학교 기자재 구입까지 다양한 일들에 참여했다. 매일 밤 11시가 넘도록 학교프로그램을 준비하고 학교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뛰었던 시간이었다.
개교한 강일고에서는 교무업무와 학년업무, 통계업무가 유난히 많았는데 교사들이 반복적으로 같은 일을 하는 점이 매우 안타까웠다. 다양한 업무를 하기 위래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 학생들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했다. 그는 2002년에 잠실고 재직 시 엑셀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학번을 넣으면 내신을 볼 수 있는 내신변화 시스템을 만들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강일고에서도 방과 후 학교 관리시스템, 자율학습 운영 프로그램, 행정업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간 프로그램까지 체계적으로 100가지가 넘는 프로그램을 시스템화했다.
“재능기부 형식으로 컴퓨터 활용능력을 이용해 내가 한 번 고생하면 되더군요. 처음엔 제가 고생은 하지만 안정적으로 만들어두면 누구나 이용하며 시간 절약을 많이 할 수 있습니다. 행정적인 일이 빨리 끝나니 교사들의 피로가 줄어 아이들과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창덕여고에서 성적관리와 진학시스템 체계화
세세한 부분까지 공을 들이며 김 교사가 만든 학교 프로그램 시스템은 상황에 맞게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창덕여고에서도 부임 첫 해부터 학생들의 내신과 모의고사, 졸업생들의 진학 상황 등 ‘창덕맞춤형’ 진학상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학부모님들과 진학상담을 하다보면 자녀의 성적과 지원가능 대학 예측, 체계적인 졸업생들의 자료에 관심이 매우 많습니다. 매년 학생들의 입시관련 상황을 분석하여 데이터를 구축하며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요.”
그는 3학년기획교사와 3학년부장교사를 거치며 후배 교사들과의 화합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교사 스스로 자신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입시관련사항을 함께 공유하고 3학년 전체의 큰 흐름을 잡아나가고 있다. 지시와 사소한 부분을 지적하지 않는 점, 안되면 ‘진정성 있게 내가 하면 된다’는 낮은 자세로 동료 교사들을 이끌고 있다.
“교사든 학생이든, 다양한 구성원들 사이에 서로의 개성을 인정하는 부분이 중요하지요. 교사는 점점 경력이 늘면서 때로는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지만 돌파구를 찾는 노력이 꾸준히 필요합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자세로 학교와 개인의 생활에 충실하다보면 학생과 교사가 함께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갖게 됩니다.”  

몸을 움직이며 자신의 생각을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학생들이 달라졌다기보다는 시대와 문화가 달라지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김 교사. 요즘 학생들은 땀을 흘리며 몸을 쓰는 운동을 많이 줄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져서 걱정이다. 끈끈한 교우관계 맺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그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고민의 수준에 때론 놀라기도 한다.
“저는 집안 형편이 매우 어려워 중2때 학업의 방향을 고민했었죠. 하지만 공부에 대한 미련과 열정을 꺾을 수 없어서 사립고 3년 장학생으로 인문계고교에 진학했습니다. 대학선택이나 군대, 직업선택 시에도 늘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선택해야하는 갈림길에 놓였었지요.”
자신의 인생에 대해 깊게 고민을 시작한 중2 시절이 김호순 교사의 인생에서 가장 아프면서도 성장했던 중요한 시기였다. 이후 다른 과목에 비해 보충수업과 정규수업이 많은 수학과 교사를 하면서 자투리 시간은 테니스나 배드민턴 등으로 신체를 단련했다. 운동을 하며 ‘잘해도 질 수 있고 못해도 이기는 경우가 있는 것이 인생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점을 느낀다는 그는 학생들에게도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을 한 가지는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은퇴 후 학창시절 꿈 실현해보고파
고등학생 시절 수학과 물리 과목이 정말 좋았고 영어 역시 흥미가 많았다는 김호순 교사.  어떤 공간에서든 본인에게 필요하다고 느끼면 집중력 있게 공부했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지적 욕구가 높았던 학창시절 자신의 모습을 앞으로 더 찾아가기로 했다.
교직생활을 은퇴한 후에는 그동안 못했거나 미뤄두었던 일을 하나씩 해나가기로 마음먹었다. 해외여행과 어학연수를 겸하며 영어를 좀 더 능숙하게 배워 보는 시간, 본인의 재능을 살려 지역 봉사활동도 이어가고 싶은 바람이 있다.
“학생밀착형 교사로 살아오다보니 졸업 후 명절에 세배를 오는 학생도 있더군요. 대견스러워 웃음이 많이 나왔습니다. 교육은 책에 적힌 내용을 읽어나가는 ‘입술’이 아니라 ‘몸’과 ‘눈빛’으로 부딪히며 소통해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의 ‘몸’과 ‘눈빛’에 진정성이 담겨 있으면 학생들은 차츰 변화하며 ‘성의의 눈빛’으로 답변합니다.”

박경숙 리포터 kitayama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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