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언제 더웠었던가 싶게 따끈한 국물도 그리워진다. 손으로 얇게 뜬 야들야들한 수제비를 강남 한복판에서 그것도 아주 착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다니 두 귀가 솔깃해진다. 그곳을 찾아가 봤다.
직장인들의 수제비 성지
역삼역 5~6번 출구 쪽 역삼현대벤처빌 2층에 자리한 ‘강남손제비’는 점심시간이면 밀려드는 직장인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때문에 입구의 키오스크에서 먼저 주문을 하고 번호표를 받아 줄을 서는 것이 효율적이다. 실내 분위기는 강남의 빌딩 안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소박하면서도 정겹다. 대여섯 개의 테이블과 창가 쪽으로 마련된 혼밥용 자리가 전부여서 한창 바쁜 시간에는 대기시간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브레이크타임 없이 저녁 6시면 영업을 종료하기 때문에 더욱 붐빌 수밖에 없다. 이곳의 이희영 대표는 “새벽시장에 들렀다가 바로 출근하여 그때부터 겉절이와 소스를 만들고 이틀 걸러 밀가루 반죽을 하는 등 오전 시간은 눈코 뜰새 없이 지나간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진한 멸치육수와 즉석 손수제비
이 일대에서는 이미 유명한 18년 전통의 수제비 맛집이지만, 이 대표가 인수한 지는 올해로 3년째다. 그는 상호를 ‘강남손제비’로 변경하고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맛있는 수제비를 제공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다. 육수는 국산 최고급 멸치와 천연 재료를 사용해 매일 우려내고, 김치는 태양초 고춧가루와 국산 재료로 매일 아침 이 대표가 직접 버무린다. 밀가루 반죽은 발효에 효과적인 이곳만의 비법 재료를 넣어 하루 정도 숙성시킨다.
대표 메뉴는 수제비와 맛보기 보리밥이 함께 나오는 ‘손수제비’다. 요즘 같은 고물가시대에 단돈 7,500원이라니 가성비가 완전 갑인 셈이다. 수제비는 주문과 동시에 잘 숙성된 반죽을 능수능란한 솜씨로 얇게 떠서 후다닥 끓여낸다. 이 대표는 “수제비가 너무 얇지 않냐고 물어보시는데 두꺼워지면 밀가루 덩어리가 씹히는 것 같고, 식감도 부드럽지 않아 시간이 걸리더라도 얇게 뜨는 것을 고집한다”고 말한다.
물만두, 전 등을 곁들인 세트 메뉴
이외에도 싱싱한 야채가 푸짐하게 들어간 콩나물보리밥과 미니수제비가 함께 나오는 ‘콩나물보리밥&미니수제비(9,500원)’, 수제비, 맛보기 보리밥, 물만두로 구성된 ‘수제비&물만두(10,000원)’, 리얼수제떡갈비정식, 해물부추전, 해물장떡 등이 있다. ‘손수제비’와 ‘반반전(16,000원)’을 주문해 봤다.
수제비를 만드는 동안 미니보리밥이 먼저 나온다. 쌀과 보리를 1대 1로 섞은 보리밥에 강된장과 나물이 먹음직스럽게 올라가 있다. 쓱쓱 비벼 한입 떠먹으니 감칠맛이 일품이다. 이어 쫄깃쫄깃한 수제비와 김치전, 부추전이 반반씩 나오는 ‘반반전’이 등장한다. 바삭하게 잘 구운 김치전을 보니 막걸리 한잔이 생각난다. 비록 낮시간이지만 반주로 가볍게 술 한잔 하기에도 제격인 곳이다. 싱싱한 해물이 듬뿍 들어간 ‘해물장떡’, 전주에서 수제로 만들어오는 ‘떡갈비정식’도 인기 메뉴다. 소비쿠폰, 제로페이, 식권대장으로 결제할 수 있고, 일부 메뉴는 포장도 가능하다.
위치: 강남구 테헤란로25길 20 역삼현대벤쳐텔 2층
영업시간: 평일/11:00~18:00, 토·일/휴무
문의: 02-2192-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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