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속 평가, 평가 속 성장’ 광문고 영어수업의 변화

시험 점수로 등수를 매기는 오래된 학생 평가 방식에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광문고는 AI 시대, 고교학점제 도입 등 교육 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평가 방식 변화에 맞춰 학교 수업과 평가를 어떻게 바꿀지 깊이 고민하며 ‘혁신’을 모색중이다. 그 중심에 최윤정 영어 교사가 있다. 15년 전부터 영어 수업 모형 개발에 뛰어들어 영어 영재학급과 영어토론대회, 모의 유엔 프로그램 운영에 접목했던 그는 연구부장을 거쳐 현재 1학년 부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뗄 수 없는 수업과 학생 평가의 업그레이드에 집중하고 있다.
“고교학점제 도입 후 많은 부분이 바뀌고 있습니다. 올해 1학년 영어를 가르치는데 100점 만점에 중간과 기말 정기고사 성적이 50점, 수행평가가 50점을 차지해요. 비중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수행평가는 입시자료로 대학에 제공됩니다.” 최 교사가 설명한다.
수업 속에 녹여낸 수행평가를 정교하게 평가하며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역량을 끌어올릴 방법을 찾기 위해 최윤정 교사는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Q. 광문고 고1 영어 수업과 수행평가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예전에는 미리 전달받은 수행평가 주제에 맞춰 학생들이 사전 준비를 해온 걸 기반으로 평가가 이뤄졌어요. 이제는 수업과 평가가 보다 긴밀하게 연계됩니다. 수행평가 할 내용을 수업 중에 여러 차시에 걸쳐 다룹니다. 가령 가치관을 녹여낸 논증적 글쓰기 역량 평가가 목적이라면 수업에서 이 부분을 밀도 있게 다르며 훈련시킵니다. 직접 텍스트를 읽히며 가치관이 상반된 인물의 견해를 정리하고 본인의 아이디어를 덧붙여 발표 시간을 갖습니다. 창의적인 의견은 함께 공유하죠. 충분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진 다음 쓰기로 넘어갑니다. 영어 글쓰기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템플릿, 워크북이 단계별로 제공됩니다.
이 같은 훈련을 거친 다음 수행평가가 이뤄집니다. 사전에 영어 교사들끼리 충분한 토의를 거쳐 난이도를 고려해 논증적 글쓰기에 관한 10개 이상의 주제를 뽑습니다. 각 반에서는 이 가운데 랜덤으로 2개를 뽑아 수행평가를 치릅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글은 심사 기준에 맞춰 점수를 매긴 후 장점, 보안점에 대한 교사 코멘트를 덧붙입니다. 교사 1인당 약 100~150 명의 학생들을 1:1 피드백하는데 품은 많이 들지만 평가에 공을 들인 만큼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습니다.
학생들의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영어과 교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진행중인 수업 모형과 평가 방식입니다. 진도에 맞춘 교과서와 수능형 문제 풀이 등의 강의식 수업을 진행하면서 병행하고 있어요.

Q. 학기 시작 전에 평가 기준과 수업 설계가 정교하게 이뤄져야 하겠네요.
내신 5등급제에서 촘촘한 정성 평가를 위해 학생부 기록은 중요해요. 수업시간에 영어 발표 한번 한 것으로 학생의 역량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을까요? 평가를 염두에 두고 잘 설계된 수업에서는 가능해요. 학생부 기록의 밀도도 높아지죠. 시행착오 거치며 15년 동안 누적된 수업 연구 경험이 밑받침됐어요. 1학년 영어과 사례는 수업보고회를 열어 광문고 전 교사들과 공유하고 있어요.

Q. 생각 쓰기 교실, 영어 ˙ 국어 융합수업, 프랑스 학교와 국제 교류 등 그동안 끊임없이 새로운 수업 모델을 현장에 구현하고 있습니다.
학생의 ‘능동적 배움’은 늘 저의 화두죠. 교사가 질문하면 학생이 답하는 방식이 아니라 텍스트를 읽고 직접 질문을 만들어 보도록 해요. 얕은 질문부터 시작해 깊이 있는 질문으로 발전시켜 나갑니다. 텍스트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힘을 길러주는 수업을 하다 보면 보석 같은 아이를 ‘발견’할 때가 있어요. 영어 성적이 뛰어나지 않아도 제시문을 창의적이고 기발하게 바라보죠. 이런 학생의 아이디어는 반 학생과 공유하며 발전시켜 나가는데 수업 효과가 좋아요.

Q. 교사로서의 성장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교사 20년 차가 되니 가르치는 일의 본질을 끊임없이 고민하게 됩니다. 제 목표는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했더니 이걸 할 수 있게 됐고 이걸 알 수 있게 됐다’는 학생 피드백을 받는 겁니다.
영어교과서를 집필하면서 학생 평가의 지표가 되는 ‘성취 기준’을 세밀하게 연구한 경험이 수업 모델 개발에 밑바탕이 됐어요. 챗GPT가 등장한 뒤부터 AI를 현장에 유용하게 활용중입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 평가지원단, 컨설팅장학지원단, 수업평가나눔, 독서토론 연구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 저의 전문성을 키우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내신 대비하랴 수행평가 챙기랴 스트레스가 크다며 지필평가 중심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학생, 학부모들도 만나요. 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바뀌고 있어요. 우리 교육의 방향이 과정 중심의 평가,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으로 변하는 중입니다. 냉철하게 시대 흐름을 읽고 발상을 바꿔보세요. 정기고사 망쳤더라도 수행평가에 공을 들이면 만회할 찬스가 생기는 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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