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고교탐방] 창덕여자고등학교

박경숙 리포터 2026-09-11

과학·융합부터 국제수업까지, 넓은 선택과 깊어진 배움

송파구에 있는 창덕여자고등학교(학교장 김대원, 이하 창덕여고)는 변화하는 교육과정에 맞춰 학생들의 선택권과 자기주도성을 확대하는 다양한 교육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춰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선택과목을 확대하고, 과학·국제·융합교육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교육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안정된 학교문화 위에 세운 ‘학생 선택’의 교육

창덕여고 교육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학생의 선택을 존중하는 학교’다. 학교가 일방적으로 정해준 교육과정을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이 자신의 관심과 진로에 따라 과목과 활동을 선택하고, 그 과정에서 교사는 학생의 선택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윤진 교감은 “이러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학교문화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창덕여고는 학교폭력 문제가 없는 안정적인 학교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으며, 교복 착용과 학교 규칙 준수 등 기본적인 학교생활에서도 안정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근 아파트 입주로 학생 수가 많이 늘어나면서 학교에 활기가 더해졌고, 학생들의 학습 동기와 활동 역시 더욱 성장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한다.


과학을 경험하며 이공계 진로의 가능성을 찾다

창덕여고의 교육활동에서 눈에 띄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과학이다. 여고라는 학교 특성에 머물지 않고 학생들이 이공계 분야에 관심 갖고 진로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탐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창덕여고는 ‘공유캠퍼스 준비학교’로 지정됐다. 이를 통해 인근 보성고와 과학 분야 수업을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준비 과정을 거쳐 내년부터는 창덕여고에서 생명과학 실험을, 보성고에서는 화학 실험을 진행하고 학생들이 방과 후나 주말 등을 활용해 다른 학교의 수업에도 참여할 수 있는 형태의 교육을 추진할 예정이다.

학교 안에서 진행되는 과학 동아리 활동도 다양하다. 생명과학, 화학, 물리 등 여러 분야의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으며, 학생들은 교과서 속 지식을 넘어 직접 실험하고 탐구하는 경험을 쌓는다. 서울시 단위의 과학 관련 프로그램에도 학생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방학 기간에는 생태 캠프와 사이언스 잼버리 등의 활동에 약 30명의 학생이 참여해 과학적 탐구 경험을 넓힌 기회로 삼았다.

임은영 교육연구부장교사는 “이러한 활동이 중요한 이유는 학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직접 경험하면서 진로에 대한 관심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됩니다. 다른 학교 학생들과 함께 탐구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 역시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학습과는 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라며 “과학 분야에 관심은 있지만 적성을 확신하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이러한 체험 자체가 진로를 탐색하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창덕여고는 과학을 특정 학생들만을 위한 영역으로 두기보다 학생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로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국경을 넘어 함께 배우는 국제공동수업

국제교육도 창덕여고가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분야다. 일본 나라여자고등학교와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가며 학생들이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진 또래 학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에는 실시간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한 비대면 공동수업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학생들이 직접 만나 함께 수업하고 결과물을 만드는 대면 프로그램으로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실제로 일본 나라여고 학생 11명과 교사 3명이 창덕여고를 방문해 학생들과 공동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활동은 양국 학생들이 함께 진행한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이다. 학생들은 서로의 언어를 활용해 캠페인 자료를 만들고, 하나의 주제를 놓고 의견을 나누며 결과물을 완성하여 양국 학교에 각각 배포했다.


사진에서 시와 영어, 한 권의 책까지, 교과를 잇는 융합수업

교과 간 경계를 허무는 융합교육 역시 창덕여고가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다. 대표적인 사례가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디카시’ 활동이다. 학생들은 직접 사진을 촬영하고 사진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국어 시간에 시를 창작한다. 이후 자신이 만든 시를 영어로 다시 표현하면서 국어와 영어가 하나의 프로젝트로 연결된다.

융합수업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을 모아 실제 책으로 완성했는데, 책의 내용뿐 아니라 표지와 디자인 등 제작 과정에도 학생들이 직접 참여했다. 사진을 찍고,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이를 영어로 옮기고, 마지막으로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은 학생들에게 학습의 결과를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남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창덕여고는 교지 편집위원회 등 학생들이 학교의 다양한 기록물을 직접 만들어 가는 활동도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다. 자신들의 학교생활을 직접 기록하고 표현하는 과정 자체가 학교의 교육적 자산이 되는 것이다.


책을 읽고 질문하며 생각을 나누는 ‘북클럽’

독서교육도 단순히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창덕여고는 올해 학생들이 책을 매개로 교사와 자유롭게 대화하고 토론하는 북클럽을 새롭게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사가 추천한 책을 함께 읽고 소규모 팀을 구성한다. 한 팀은 대체로 4~5명 규모로 운영되며, 학년을 섞어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독서의 결과보다 과정이다. 책의 내용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했는지를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책을 읽으며 생긴 질문과 생각을 서로 나누도록 한다. 교사 역시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참여자가 된다. 국어 교사뿐 아니라 과학, 일본어 등 다양한 교과 교사가 참여해 학생들과 책의 내용에 대해 토론한다.


관심에서 행동으로, 학생이 설계하는 자기주도 봉사

창덕여고 학생들의 주도성은 봉사활동에서도 잘 나타난다. 최근 학교 봉사활동은 진로활동이나 동아리활동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창덕여고 역시 학생들이 직접 봉사활동의 주제와 방법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자기주도적 프로젝트 봉사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이 ‘이런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담당 교사와 함께 구체적인 활동으로 발전시킨다. 학생들이 팀을 구성하고 활동을 진행한 뒤 지도교사의 확인을 거쳐 학교 활동으로 인정받는 방식이다.

봉사활동 주제도 다양하다. 학교 안에서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드는 프로젝트부터 유기동물과 관련된 활동, 사회과학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직접 신문을 만드는 활동 등 자신의 진로나 관심 분야와 연결하고 있다. 학생이 자신이 관심 있는 사회적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방법을 고민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 자체가 교육이 되는 것이다.


58개 선택과목, 선택의 폭만큼 진로 설계도 촘촘하게

창덕여고가 현재 가장 중요하게 대응하고 있는 변화 가운데 하나는 교육과정의 변화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 설계의 중요성이 커졌다. 선택과목이 다양해지고 과목이 보다 세분화되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창덕여고는 전체적으로 58개 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있다. 학교가 지정하는 과목도 있지만 학생들이 직접 선택하는 과목의 비중이 더 크다. 선택권 확대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될 수 있다.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이 많아질수록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조광호 교무기획부장교사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교육과정 설명회와 상담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선택과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사들이 자신이 담당하는 과목의 특징과 학습 내용을 직접 설명합니다. 학생들이 과목명만 보고 선택하지 않도록 해당 과목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어떤 학생에게 적합한지, 진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진로 탐색부터 대학 진학까지, 학생별 맞춤 설계

창덕여고는 학생들이 적성과 진로를 구체적으로 탐색하고, 이를 대학 진학과 연결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진로·진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입시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 개개인의 진로와 학업 역량을 고려한 맞춤형 상담과 정보 제공에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 대입 전형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설명회와 전공 탐색, 진로·진학 특강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변화하는 대입 제도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수시·정시 등 전형별 정보를 제공하고, 학생 개인별 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진학 방향을 함께 설계한다.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진학 설명과 상담도 마련해 가정에서도 자녀의 진로와 진학을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진로·진학을 특정 학년에 한정된 입시 준비가 아니라 학생의 성장 과정 전체를 아우르는 교육활동으로 보고 학년별 진로교육과 전공 탐색 활동을 통해 적성과 관심 분야를 찾도록 돕고, 이를 학교생활과 진학 계획으로 연결한다. 또한 진로·진학 관련 자료와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학생 스스로 자신의 진학 목표를 구체화하도록 돕는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막연하게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관심과 역량을 바탕으로 진로를 설계하고, 학교생활의 방향까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진로 탐색→정보 습득→상담→진학 설계’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지원이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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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숙 리포터 kitayama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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