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 에세이] 제자와 입시 레이스 함께 뛰는 진학 교사

다정하게, 냉철하게 12년 공부 농사 마무리를 돕다

오미정 리포터 2025-07-10

졸업앨범 촬영을 하지 않는 고교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AI의 딥페이크 기술로 인한 ‘나쁜 장난질’ 때문에 학생도 교사도 졸업 사진 촬영을 꺼리기 때문이죠. 먼 훗날 곱씹을 고교시절의 추억 매개체가 사라지고 있네요. 모래알처럼 흩어져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사제지간이 씁쓸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좌충우돌 10대 시절 인생의 멋진 변곡점을 만들어 준 귀인으로 ‘선생님’을 꼽는 학생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5월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멋진 선생님들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입시 전쟁터의 야전 사령관

 고교 진학 담당 교사와 종종 인터뷰해요. 던지는 단골 질문으로 학창 시절의 꿈 묻습니다. “선생님 되는 게 오랜 꿈이었어요”라는 답을 자주 듣습니다. 인생의 꿈★을 이룬 선생님들의 일상은 치열합니다. 사실 진학을 담당하는 교사는 그 학교의 야전사령관 격이거든요. 초중고 12년 공부 농사의 최종 추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고교생들도 학부모들도 예민하고 불안합니다. 진학교사는 이들을 돕는 중책을 맡고 있습니다.

 진학지도는 고단한 업무입니다. 대학별 대입 전형은 매년 바뀌기 때문에 치열한 정보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대학의 입학사정관, 다른 학교 진학 담당 교사들과 서로 최신 정보를 주고 받지요. 레이더망에 포착된 입시 정보를 학교 현황에 맞춰 핵심을 쏙쏙 뽑아 동료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전달하는 링커 역할도 중요한 임무입니다.


진학 교사의 하루는?

 진학교사의 일상은 어떨까요? 서울시교육청 유튜브에 강동지역 고교의 진학 교사의 하루를  리얼하게 담은 영상을 흥미롭게 봤습니다. 이른 아침 7시20분 출근부터 야간자율학습지도를 마치고 달밤에 퇴근하기까지 빡빡하게 돌아가는 교사의 일상이 담겨있습니다. 계속되는 수업,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후다닥 식사 마치고 자율학습실을 찾아 쉬는 시간 쪼개 공부하는 제자들 격려하기, 일과 후에는 학부모 설명회, 대학 입학사정관들과 치열한 회의가 이어집니다. 일정은 밤까지 이어집니다. 저녁 상담을 청한 학생과 마주 앉아 고민 들어 주고 노트북 속 난수표처럼 펼쳐진 복잡한 진학 데이터를 보며 목표 대학, 학과를 세팅하고 ‘너는 할 수 있다’고 다정하게 설득하는 교사의 모습이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넘쳐나는 입시 정보에 갈팡질팡하고 헷갈리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자그마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힘들어도 힘들지 않고 힘이 나요”라 말하는 교사의 표정에 진심이 담겨있습니다. 유튜브 댓글 창에는 '고등학교 때 000선생님을 만나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현재 행복하게 대학교 다니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라는 제자들의 글이 조르륵 달려있더군요.

 영상 속 주인공은 저와도 인연이 있는 선생님입니다. 그와 이야기 나누다 보면 제자들을 향한 진심과 진학지도의 열정이 느껴집니다. “학생과 교사는 원팀이라는 심리적 공감대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1:1 상담에 늘 신경 쓴다”고 하는 그의 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학교 졸업생들은 합격 수기에서 ‘필요할 때는 몇 시간이고 기꺼이 상담하며 응원해 주는 선생님 덕분에 힘이 났다’는 속내를 털어놓더군요.


고3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선생님

또 다른 진학 선생님 이야기입니다. 송파 강동 교사들 사이에서 진학 데이터 분석의 달인으로 입소문난 주인공입니다. ‘학생의 성적 대비 최대한 상향지원해 합격시키는 것’이 진학 교사의 소명이라는 신념을 갖고 실천에 옮기는 분입니다. 그는 매년 대학별 입시 요강을 디테일하게 꿰뚫고 있어요. 대학마다 경쟁력있는 인재 영입을 위해 전형을 계속 바꾸는데 행간에 감춰진 의도를 파악해 입시 전략을 짭니다. 가령 동일한 학과에 면접을 도입하거나 폐지했을 때 혹은 수능최저기준을 신설했을 때 각각의 경우의 수에 따라 지원풀이 달라집니다. 여기에 따라 합격 커트라인이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이런 변수를 예측해 ‘입시의 구멍’을 찾아 승부수를 던져 합격시킵니다. 집요한 입시 자료 분석 능력과 오랜 진학 지도로 날카롭게 벼려진 ‘현장의 촉’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지요.

 ‘입시로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제가 전문성을 갈고 닦으며 더 노력해야죠.’ 그의 시크한 답변입니다. 그 선생님의 일상 역시 수업,상담, 회의 ,입시 자료 분석, 동료 교사 연수, 학부모 설명회로 꽉 차 있습니다.


 제대로 된 입시 지도는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서 베테랑 진학 교사도 유능한 길잡이가 되기 위해 부지런히 실력을 업그레이드 합니다.

 스승의 날이 있는 5월. 진학 교사들이 본격적으로 바빠지는 시즌입니다. 고마운 진학 지도 선생님께 진심을 전하세요. 제자의 따스한 감사 한마디가 선생님들에겐 값진 보약입니다.


 ‘선생님의 겨울에 나는 녹음이 되었다. / 그들의 푸름을 다 먹고 내가 나무가 되었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속 대사를 스승의 날 버전으로 살짝 바꿔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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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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