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입시가 다변화되고 복잡해지면서 고등학생 자녀를 둔 강남 학부모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성공적인 입시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공통으로 ‘강남에서 (잘) 대학 가기’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이는 단순히 좋은 성적을 받는 법에 국한되지 않는다. 진로 설정부터 학업 태도, 심리적·정신적 안정, 부모와의 갈등을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해야 하는지 등 수험 생활 전반의 고민거리도 포함된다. 강남서초내일신문 신학기 기획 그 두 번째로 ‘자녀를 위해 꼭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에 관해 단대부고, 숙명여고, 세화여고 교사의 조언을 들어봤다.
도움말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박종필 교사(진로진학상담부장), 숙명여자고등학교 김주희 교사(3학년부장), 세화여자고등학교 이다은 교사(진로진학홍보부장)
Talk ① 첫 중간고사까지, 시험 전후
YES : 자녀를 위해 꼭 해야 할 것
김주희 교사(숙명여고) : 첫 시험부터 모든 과목을 완벽하게 다 잘하는 학생은 없습니다. 한두 과목에서라도 확실히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계획을 짜고, 부족한 과목은 서서히 실력을 키워 가는 전략을 짜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잘하는 과목이 있어!’, ‘지금은 완벽하지 않지만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생각 자체가 아이들에게 큰 에너지가 됩니다. 에너지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학생은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나은 과목이 있다면 그 과목을 중심으로 크게 응원해 주세요. 심리적으로, 체력적으로 아이들이 에너지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종필 교사(단대부고) : 첫 모의고사와 1학기 중간고사는 옷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처럼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시험입니다. 한 해 학습의 방향과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 시험의 가치와 중요성을 차분하게 설명하고 일깨워 주는 것은 부모님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잘 봐라”라는 말보다, 왜 이 시험이 중요한지, 이 시험을 통해 무엇을 점검할 수 있는지, 앞으로 어떤 공부 습관을 만들어 가야 하는지를 함께 이야기해 주시면서, 자녀가 신학기의 공부 리듬을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다은 교사(세화여고) : 3월 학력평가는 전국 단위의 시험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틀린 문제를 통해 약점을 찾고 공부의 방향을 잡도록 해주는 시험입니다. 따라서 결과에 좌절하기보다는 부족한 개념을 보충하는 학습의 이정표로 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부모님이 해주시면 좋은 일은 점수 분석보다 공부 과정에 대한 질문입니다. “왜 틀렸어?”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공부했니?”, “이번 시험 준비에서 뭐가 가장 도움이 됐니?”처럼 공부 방법을 묻는 대화가 자녀에게 훨씬 의미 있습니다. 또한 첫 중간고사를 앞두고 학교 수업을 충실하게 듣고 매일 복습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지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등학교 과정은 학습의 분량이 방대해서 하루하루 쌓이는 차이가 결국 결과의 차이로 이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시험이 끝난 날에는 성적 이야기보다 시험 준비 과정에서 잘했던 점 한 가지를 먼저 찾아 인정해 주세요. 아이들은 의외로 자신의 노력을 부모가 알아봐 주는 경험에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습니다.
NO : 자녀를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
김주희 교사(숙명여고) :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모두 빼곡하게 학원 일정이 차 있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적어도 주 2~3일 내외로 방과 후에 혼자 자기만의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조절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1학년 때 너무 무리한 일정을 강요하지 마세요. 3학년에 올라갈수록 자신에게 불필요한 학원보다 독서실 독학이나 인터넷 강의 등으로 체력을 아끼는 방법을 찾게 되겠지만, 1학년 때 너무 지치면 마라톤 일정을 소화하기 어려워집니다.
박종필 교사(단대부고) : 성적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주는 일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첫 시험의 의미와 중요성을 충분히 설명하되, 그것이 자녀에게 학업 스트레스로 전가되지 않도록 부모님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또 한 가지는, 자녀의 현재 상태에 따라 다른 메시지를 주셔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나치게 자신감을 보이는 학생에게는 조금 더 냉정하게 현실을 짚어 주시고, 불안과 걱정이 큰 학생에게는 충분한 응원과 지지를 보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균형 있게 대응해 주셔야 자녀가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안정감 있게 시험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이다은 교사(세화여고) : 고등학교 첫 시험 이후 많은 학생이 부모님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너 원래 이 정도는 아니잖아.” 그런데 이 말은 아이에게 격려로 들리기보다 “지금의 나는 기대에 못 미친다.”라고 느낍니다. 또 하나 조심해야 할 것은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아이의 능력을 단정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시험 직후 이미 스스로 가장 가혹한 평가를 하며, 공부 방법과 시간 관리의 미숙함을 마주합니다. 이때 서둘러 성적표를 들고 비교하거나 분석하기보다는 차분하게 자녀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기다려 주는 것이 자녀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자녀가 서툴더라도 스스로 공부 방식을 선택하고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또 조정해 볼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그 경험이 결국 고등학교 공부를 오래 버티게 하는 힘이 됩니다.
Talk ② 자녀와의 진로 방향 충돌
YES : 자녀를 위해 꼭 해야 할 것
김주희 교사(숙명여고) : 아이가 그러한 꿈을 갖게 된 이유와 과정을 살펴보고, 진로에 대한 아이의 생각을 최대한 많이 들어 주세요. 아이가 자기 생각을 편안하게 부모님께 말할 수 있도록 관계 설정을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면서 혹시 아이가 놓치고 있는 문제는 없는지, 꼭 알아야 할 정보는 없는지 천천히 파악해 나가시면 됩니다. 그때그때 성급한 충돌보다는 아이와 대화의 기회를 계속 열어 두셨으면 합니다. 부모님만의 고정 관념을 버리고 ‘미래 산업과 다양한 진로’에 대해 부모님도 새롭게 연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면 아이들은 더욱 부모님의 조언과 조력을 신뢰하게 될 것입니다.
박종필 교사(단대부고) : 학생들이 스스로 진로를 탐색할 기회를 넓혀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진로 탐색 표준화 검사, 진로 진학 특강, 다양한 진로 체험 활동, 폭넓은 독서 경험 등을 통해 자녀가 여러 가능성을 직접 접해 볼 수 있도록 조언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녀가 이렇게 직간접적인 다양한 경험을 할 때, 비로소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파악하고 진로 선택 역량을 키울 수 있습니다. 부모님의 의지와 경험도 물론 소중한 자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돕기 위한 하나의 소재일 뿐입니다. 정답을 미리 정해 주는 대신, 자녀가 더 폭넓게 경험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격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다은 교사(세화여고) : 진로 이야기를 할 때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가장 좋은 출발점은 “왜?”라는 질문입니다. 자녀에게 “왜 그 진로가 끌리니?”, “어떤 점이 재미있어 보여?”라고 물어보세요. 설명하는 과정에서 아이 스스로 자신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더 깊이 정리하게 됩니다. 이후 자녀와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탐색하면서 다양한 직업 세계와 현실적인 정보를 알려주면 자녀의 시야도 훨씬 넓어집니다. 진로 고민과 관련해서 부모님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지원은 방향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정보와 질문을 통해 자녀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판단 기준을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너라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격려입니다.
NO : 자녀를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
김주희 교사(숙명여고) : 부모님의 경험을 자녀에게 유추하여 적용하지 마시고, 지인의 자녀나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아이에게 적용하는 것도 피하셔야 합니다. ‘네가 책임질 수 있어?’라는 말은 그 자체가 아이를 무시하는 말입니다. 진로와 관련하여 “좋아하는 것이 없어요.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하는 청소년들이 정말 많습니다. 진로 문제로 방황하거나 목표 의식이 없는 것도 청소년 시기에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자기만의 꿈을 갖고 부모님과 충돌까지 한다면 그 아이는 누구보다 자립 능력이 있는 것이지요. 지금 말하는 그 진로가 끝까지 갈 수도 있고 바뀔 수도 있지만, 어떤 시기가 되든 자기 인생을 충분히 책임질 것이라고 믿으시면 됩니다.
박종필 교사(단대부고) : 자녀의 현재 진로 역량과 성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부모의 의지대로 진로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또한 특정 직업이나 전공 그리고 미래 진로에 대해 단편적인 정보만 보고, 지나치게 단정적인 표현으로 “그건 안 되는 길이다”, “그건 성공하기 힘들다”라고 말하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자녀가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탐색하고 선택해 갈 수 있도록, 부모의 주관적 견해와 경험을 절대적인 기준처럼 강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녀의 진로 선택 역량을 키워 주는 것이 결국은 가장 큰 지원입니다.
이다은 교사(세화여고) :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성공한 사람의 사례로 자녀를 설득하려는 것은 동기부여가 되기보다 그 길이 아니면 실패일지도 모른다는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의사가 안정적이다”, “이 분야가 전망이 좋다” 같은 말은 학생에게 정보 제공이나 조언보다는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큽니다. 또 하나 피해야 할 말은 “네가 아직 어려서 모른다”라는 표현입니다. 자녀의 입장에서 이 말은 부모님으로부터 자신의 판단 능력을 부정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대화를 멈추고 싶게 만듭니다. 또한 많은 아이가 상처받는 순간은 다른 친구들과 비교되는 상황입니다. “누구는 벌써 진로를 정했다더라”, “다른 아이들은 이런 준비를 한다더라”와 같은 말은 의도와 달리 자녀에게 큰 부담과 슬픔을 남길 수 있습니다. 부모가 원하는 길을 따르게 만들기보다는, 아이의 선택이 혹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과 믿음을 주는 것이 큰 버팀목이 되어줄 것입니다.
Tip 학부모에게 전하는 강남 교사의 조언
김주희 교사(숙명여고) : 적어도 고 1학년 2학기 중반까지는 ‘우리 아이는 문과야, 우리 아이는 이과야’ 등으로 계열이나 진로를 한정 짓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고3 첫 모의고사를 치른 학부모님들도 ‘우리 아이는 여기까지밖에 안 돼’라고 포기하시거나, 조금 잘 나온 점수에 ‘우리 아이는 무조건 여기야’라고 단정 짓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아이들 자체가 변화무쌍하고 주변 상황이나 입시 상황도 계속 변합니다. 확신에 찬 말투로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나 난잡한 정보 역시 조심하셔야 합니다. 약간의 겸손과 약간의 여유만 갖춰도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종필 교사(단대부고) : 강남서초지역 고등학교는 교육특구라는 특성상 내신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그래서 경쟁에서 조금만 밀려도 학생들이 쉽게 소위 ‘정시파’를 외치며 “나는 수능으로 승부 보겠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학교 내신 시험과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통해 기르는 사고력, 문제해결력, 협업 능력과 표현력은 학생 개인의 성장을 돕는 것뿐만 아니라, 정시 수능에서 요구되는 문제해결력의 토대가 됩니다. 현장에서 보면, 실제 정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학생 상당수가 수시 준비에 성실히 임했던 학생들입니다. 그래서 학생이 “나는 정시파야”라고 쉽게 말할 때일수록 부모님께서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내신 공부와 학교 수업, 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 활동에 최선을 다하도록 조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입시는 결국 길게 보고, 기본을 성실히 쌓아 온 학생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 줍니다. 부모님께서도 단기적인 성적에만 흔들리지 않고, 자녀가 학교 교육의 과정을 통해 단단한 사고력과 학습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끝까지 지지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다은 교사(세화여고) : 고등학교 입시는 흔히 긴 마라톤에 비유됩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보면 성적보다 오래가는 것은 공부 태도와 생활 리듬입니다. 성적은 단기간에도 오르내리지만, 공부 습관과 자기관리 능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큰 차이를 만듭니다. 그래서 끊임없는 압박이 아니라 균형을 지켜주는 것, 지치지 않도록 잡아 주는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때로는 공부 이야기를 잠시 내려놓고, 잠을 충분히 자게하고, 함께 산책하면서 자녀가 좋아하는 것과 관심 있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오히려 더 큰 힘이 되기도 합니다. 입시가 끝난 뒤 많은 부모님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때 아이를 조금 더 믿어 줄 걸 그랬다.” 조금 늦게 가는 길이 꼭 틀린 길은 아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지원은 아이의 관심과 선택을 존중해 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중요한 점은 학교에 대한 신뢰와 긍정적인 리액션입니다. 집에서 학교의 규칙이나 교육 방향을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면 아이는 학교와 공부 자체를 불신하게 되고, 이는 성적뿐 아니라 자존감에도 영향을 미치기 쉽습니다. 학교와 가정이 같은 방향에서 아이를 바라볼 때, 아이는 훨씬 안정된 마음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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