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고등학교 김운 교장 인터뷰

전통·역사가 된 한영만의 힘, 기본에 충실한 교육 할 것

박지윤 리포터 2021-06-21

2021대입에서 서울대 9명을 비롯 연세대 13명, 고려대 21명, 그리고 서강대(7명), 성균관대(20명), 한양대(11명), 이화여대(7명), 중앙대(10명), 경희대(10명), 한국외대(8명), 서울시립대(5명) 등 매년 대입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한영고등학교. 항상 ‘한발 앞선’ 그리고 ‘차별화’되는 전략과 대비로 변화하는 입시에 대응하고 있다.


입시 변화의 큰 바람이 불 때 입시 최전선에서 한영고와 함께 한 김운 교장을 만났다.



Q. 한영고가 고교선택제, 학종과 함께 우뚝 선 중심에 항상 서 있었는데, 교장으로서의 감회도 남다를 것 같다.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대학 연설문에 나오는 ‘connecting dots’라는 말이 떠오른다. 삶의 조각들이 퍼즐 조각처럼 맞춰지고 선으로 연결되어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무엇(what)을 추구해서 교육활동을 전개하기보다는 방법(how)을 생각하면서 옳다고 생각했던 방향을 향해서 묵묵히 걸었던 길이다. 우보천리의 여정에서 많은 선생님과 교육관계자들을 만났고 소중한 인적 네트워크의 연결이 있었다. 고교선택제와 학생부종합전형(입학사정관제)은 일반고 관점에서는 교육활동 프로그램의 변화를 유도하는 촉매제였고, 학교가 지속 가능한 발전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변곡점이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의 창의력을 발현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동료 선생님들과 힘들게 준비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입시 결과로 입증됐다.


Q. 한영고 하면 항상 ‘한발 앞선’이란 문구가 따른다. 그런 말이 생겨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한발 앞선’이라기보다 ‘다르게 생각’하려는 열정과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선생님들은 ‘우리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문제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해하려고 했으며, 해답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코로나로 인해 학생들의 야외 단체 활동 기회가 줄어들고, 시간이 흐를수록 체력도 고갈되어 가고, 심약한 일부 학생들에게서 코로나 블루 현상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연중 교육활동인 체육대회를 대신하여 실시한 ‘힐링 문화제’는 좋은 사례다. 이러한 것들이 한영고 선생님들이 교육활동에 있어서 다르게 생각하여 접근하려는 긍정적인 에너지의 인화(人和)로 표출되고, 일을 마치고 난후에 ‘다름(difference)’의 문화적 공감대를 스스로 느끼고 확인한다.


Q.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한영고이지만 교육의 기본은 흔들리지 않는데, 교장 선생님의 교육 철학은?


-특별한 교육철학이라기보다 선인들의 삶의 지혜를 배우고 따르면서 전환시대의 패러다임을 읽는 시대정신을 갖고 교육활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처음 교직생활을 시작하면서 ‘벼는 농부의 발자국을 들으면서 자라고, 학생들은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으로 성장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교육에 대한 경륜과 지평이 넓어지면서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공감하며 지역사회 교육단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교육생태계를 마을-학교 연계로 전환하는 교육활동을 전개했다. 혁신교육지구사업의 운영실무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마을의 다양한 교육관련 단체 및 인적 네트워킹 그룹과 교류했고,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 협의·실행했다. 지금은 교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정성스런 마음으로 앞서서 행하라’는 세종대왕의 ‘성심적솔’을 학교 경영의 기본으로 하고, 공정·균형·소통·도전·협력을 인사의 원칙과 배경으로 삼았으며, 2021학년도 교육활동 중점사항 4가지를 선생님들과 공유했다. 진로진학지도 책임교육, 교실 수업방법의 혁신적 개선, 지속가능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조직문화의 공정성 플랫폼 구축을 위한 노력이 그것이다.


Q. 한영고는 일반고와 비교를 불허하는 대입 성적으로 ‘준’자사고로 불린다. 그 저력은 무엇인가?


-학부모 대상 진학설명회인 ‘진학 르네상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선생님이 30여 분이시다. 전년도 진학지도 합격사례를 중심으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학교 교육활동과 학생들의 자소서를 연계해 지도했던 노하우, 학생부 교과 전형과 학교의 대비 방안, 논술 전형과 지도 방안, 수능 중심의 정시 지원 전략, 사례로 살펴보는 대입 지원전략 등을 학부모에게 공개하는 자리이다. 선생님께서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지만 일과 종료 후에 밤늦은 시간까지 200여명의 학부모님과 함께 동료 선생님의 경험에서 비롯되는 생동감 있는 특강을 경청하신다. ‘진로진학지도 책임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함께하려는 선생님들의 강한 의지의 표출이다. 지난 10년간 서울대를 100여 명 합격시킨 사례를 경험으로 체득한 선생님들이 지닌 학교의 입시 비결(secret solution)을 공유하면서, 누적된 자료를 토대로 연구하여 해마다 학생을 다르게 지도해보려는 선생님의 저력이 여기에 담겨있다.


Q. 한영고의 다양한 활동은 너무나 유명하다. 모든 선생님이 인정하는 ‘아이디어뱅크’로서 프로그램과 활동 들은 어떻게 구상되어 실현되나?


-‘아이디어뱅크’는 내가 아니라 대학입시 변화와 사회변화에 적응하려는 학생들이고 선생님들이다. 나는 운이 좋아서 시류에 편승(Jump on the bandwagon)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좋은 사례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 그린급식 활성화 기본계획으로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채식급식을 발표했다. 어느 날 1학년 학생이 교장실에 찾아와서 한 달에 2회씩 채식급식을 시범적으로 하는 학교가 있다는데 우리 학교의 방침을 물었다. 갑작스런 질문에 약간 당황스러웠고 난감했다. 그래서 그 학생과 약속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지속가능한 먹거리 생태교육 VS 성장기의 영양불균형’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 우리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조사 내용을 토대로 ‘그린급식의 날’ 운영에 대한 필요성과 이유에 관해서 보고서를 작성·발표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사회현안 프로젝트’학습이다. 더불어 우리 학교는 지속적으로 융합 수업을 확장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방과후수업 창의융합과정 뿐만 아니라 교과수업에서 융합학문을 위한 프로젝트 수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음악과 과학, 음악과 철학, 사회와 과학, 미술과 세계사, 음악과 미술, 국어와 경제 등 담당 선생님들께서 서로 협력하고 영역을 넘나들며 자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Q. 한영고하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선생님들의 열정’이다. 어떻게 해서 이뤄낸 분위기인지?


-‘선생님들의 열정’은 수 십 년 동안 전해져 내려온 한영고의 전통이다. 선배 선생님들부터 교직 1~2년차인 신임선생님에 이르기 까지 단지 뜨거운 마음으로만 다가선 것이 아니라 냉철한 판단력이 함께한다. 교직 30년간 재직하면서 27년간 담임을 맡으시고, 장학회 설립과 역사소설을 출간하는 등의 공로로 2020년 대한민국 스승상을 수상하신 선생님에서부터 코로나 상황에서 학생들 각자가 집에서 자신의 악기로 연주한 영상소스를 며칠 동안 밤샘을 하며 편집 작업을 하고, 컬래버레이션으로 표현하는 감동을 선물한 교직 2년차인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선생님들께서 교육활동의 장르를 넘어선 교류와 인간적인 소통을 한다. 진학지도 워크숍 강의를 준비하는 30대 강사 선생님은 이미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청강생으로 피교육자 좌석에서 경청하는 50~60대 선생님의 연륜을 생각하여 더 심도 있고 알찬 내용의 강의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10년간에 걸쳐서 터득해야 할 노하우를 알게 된다. 또한 강의를 통해서 선배 선생님은 후배 선생님의 에너지 넘치는 풍부한 상상력과 전략적 관점에서 제공하는 분석 자료의 구성과 준비과정에서 기울인 엄청난 공력을 느끼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이것이 상선약수(上善若水)로 유유히 흐르는 한영고의 고유한 문화이다.


Q.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수업, 한영고의 노하우를 들려준다면?


-한영고의 원격수업은 2-트랙으로 진행된다. 창의적인 수업모형의 적용과 확대를 위한 수업 콘텐츠를 연구하는 ‘원격수업방법개선연구회’와 온라인 수업의 형식과 기술을 전수하는 ‘원격수업기술지원단’이다. 학과별로 각각 1명씩 대표로 뽑아서 구성하고 소그룹별로 나누어서 워크숍을 진행했으며, 교과별로 전달연수를 실시했다. 교과별 수업 모델을 연구하여 제시하는 연구(공개)수업을 비대면 원격수업 중심으로 실시하고, 수업 후에 실시하는 강평회의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교원 상호간의 정보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수업을 실시하는 플랫폼을 교실 또는 특별실(교과교실)과 이동수업 교실 등 등교수업 장소와 동일시하여 현장감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으며, 스마트 교육용 기자재 지원을 우선시하는 예산집행으로 교사들의 수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환경의 변화에 대비하여 온라인 콘텐츠 활용 교과서를 학교 현장에 적용하는 기반을 조성하고 운용하려고 한다.


Q. 입시가 계속 변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영고는 어떤 ‘한발 앞선’ 대비를 하고 있나?


-무엇에 대비해서 방책을 마련,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 기본에 충실한 교육활동을 전개하려고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교육의 흐름이 가속화되고 트렌드에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의 본질은 여전히 지켜지고 있다. 그래서 기본은 학생선택 교육과정 내실화에서 출발점을 찾고 있다. 학생의 진로에 대한 개성이 드러나는 교육과정 진로선택과목과 자신의 강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어떻게 연계하여 지도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한다. 또한 창의적 체험활동이 수업시간에 배운 지식을 활용하여 더 넓은 응용으로 확대되도록 연구하여 학생이 추구하려는 학문이 자신의 진로 목적에 진실하게 다가서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학교교육활동이 사회의 변화를 수용하는 관점에서 관찰하고 학생들이 그러한 변화에 적응하여 탐구하는 자세를 갖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을 성실하게 이수하고 수업을 열심히 하여 수능 시험을 준비하고 정시에 대비 할 수 있는 트랙을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선택하도록 한다.


Q. 강동, 송파를 넘어 서울시 명문고로 자리 잡은 한영고다. 지역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좋은 학교는 좋은 학생이 만들고, 좋은 학생은 모든 학부모님과 선생님이 함께 양육하고 교육하여 기른다. 좋은 학생들은 어떻게 길러지고 만들어지는가? 한영고를 비롯하여 지역사회의 모든 학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이면서, 우선 동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을 이해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 학생들은 남들과 다른 것을 숨기려하지 않고 인정하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성격이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여 모바일 폰을 일상화하며 살고 있다. MZ세대는 기성세대와 정서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 물질주의가 팽배한 경쟁사회를 치열하게 살아 온 아날로그 감성을 지닌 부모 세대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은 매우 현실적이고 자기표현이 자유롭고 적극적이며 개성이 강하다. 윤리를 중시하고 개인의 취향과 사회적 성향을 거침없이 드러내기 때문에 비윤리적인 행동에 대해서 분명한 의사표현과 논리로 자신의 견해를 드러낸다. 그러므로 지역사회와 학교는 서로 지향하는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여 공유하고 세대를 이해하려는 명료한 논리를 가져야한다. 그것이 학교의 교육목표와 경영방침, 교육 프로그램으로 명백히 나타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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