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 입시 기획 ④

2020학년도 미술대학 수시·정시 합격생 인터뷰


피옥희 리포터 2020-05-21

복잡한 미술대학(이하 미대) 입시는 대학별 입학전형에 따라 준비 과정과 지원 전략에서 차이가 난다. 한 눈에 살펴보는 미대 입시 가이드, 2021학년도 주요 미술대학 입학전형에 이어 미대 입시 기획 마지막으로 2021학년도 수시·정시에서 합격한 강남 학생 4인의 인터뷰를 통해 입시 후일담을 들어봤다.




수시 합격 ① 홍익대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1학년 _ 고명은 학생(중대부고 졸)
학종으로 홍익대·서강대·이화여대3개 대학 합격


Q 공학과 디자인 사이
고명은 학생(강남구 중대부고 졸)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홍익대 미술대학 자유전공학부(산업디자인학과), 서강대 아트앤테크놀로지(A&T)와 이화여대 디자인학부에 모두 합격했다.(참고로 서강대 아트앤테크놀로지는 미술대학이 아닌 지식융합부에 속한 학과임) 컴퓨터공학과 디자인 분야에 흥미를 느껴, 고1 겨울방학 때 계열 선택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고명은 : “줄곧 컴퓨터공학 분야로 진로 방향을 생각했었는데, 점점 디자인 분야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두 분야를 두고 저울질을 많이 했죠. 컴퓨터공학은 이과를, 디자인은 문과를 선택해야 하니까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요. 그러던 중 공학이라는 테크놀로지 분야를 디자인적으로 구현하고 싶다고 마음을 굳혔고, 고2 때부터 본격적으로 미대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Q 학교 활동으로 학종 경쟁력 쌓기
고명은 학생의 두 관심 분야를 결합한 IOT(사물인터넷) 정규 동아리를 만들어 부장을 맡았고 미술과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다양한 활동들을 추진했다. 또, 교외 활동으로 한국청소년디자인전람회에 참가해 독거 어르신을 위한 문패(집안에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센서가 작동해 문패에 도와달라는 신호 불빛이 표시)로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고명은 : “학교 축제에서 3D 프린팅이나 드론, 아두이노 로봇 전시 등도 진행했고, 체스 ‘말’을 직접 디자인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어요. 코딩에도 관심이 많아서 C언어를 공부해 미술과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활동도 계속해나갔습니다.”

Q 학생부 교과 세특 관리
고명은 학생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해 교과(내신)와 학생부 관리, 교과 외 활동, 실기까지 착실히 준비해나갔다. 독서와 문법 최우수상(전교 1등)과 확률과 통계 우수상(전교 2등), 화법과 작문 등의 교과상을 받았고, 경제 경시대회에서도 대상을 수상했고, 정시 대비를 위한 수능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고명은 : “늘 마음속으로 내신과 수능, 교과 세특과 미술 실기 이 네 가지를 하나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 효율적인 시간 관리를 최우선으로 삼았습니다. 교과 세특의 경우도 융합이라는 큰 틀을 중심에 두고 탐구,발표를 진행했습니다. 예를 들면 확률과 통계 시간에 직접 코딩으로 미디어아트를 구현해 ‘수학을 이용한 모션 그래픽스’에 대해 발표하거나 지폐 속 타이포그래픽의 변천사 등 경제와 미술, 문학과 미술 등 여러 분야를 다채롭게 접목해나갔습니다. 심화영어독해 시간에는 인터렉션 디자인에 대해 소개하며, 감상자와 상호 작용하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해나갔죠.”

Q 미대 입시 준비
홍익대 ‘미술 활동 보고서’에는 교내 주제탐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우리 학교 교육 공간 디자인 제언’ 등 교육과 미술의 융합적인 활동도 담아냈다. 이렇듯 다양한 경험은 면접에서도 빛을 발했다.
고명은 : “홍익대 미대는 비실기 전형이지만, 면접 때 20분 정도 간단한 실기가 진행됩니다. 제 경우는 그림 3개가 제시되었는데 그림을 독해하기도 하고, 어떤 작품을 바탕으로 해석해서 자신의 그림을 그리는 문제도 주어졌습니다. 고등학교 때 다녀온 전시회에서 ‘시간’을 주제로 한 작가의 조형물을 보았습니다. 그때 시간은 결국 인간이 만든 틀이고, 그 틀에 인간이 많이 의지한다는 모순적 패러다임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면접 때 제시된 문제도 이와 연결 선상에 있었습니다. 특정 대학의 입시를 준비한다기보다 다양한 경험과 자기 성장을 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Tip  고명은 학생의 수시 준비 조언
미대로 진로를 결정한 뒤 선생님들(담임 김태준 교사, 최미르 미술교사)께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한다면 학교를 신뢰하고 친숙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미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공부는 안 하고 미술만 한다’는 편견 때문에 힘들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학업과 학교 활동, 실기까지 남보다 더 많은 노력과 준비가 필요한 것이 미대 입시다. 그런 자긍심을 가지고 학교 선생님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슬기롭게 헤쳐 나갔으면 좋겠다.  




수시 합격 ② 중앙대(안성) 의상디자인학과 1학년 _ 허강준 학생(영동고 졸)
학교 안에서 미대 입시 경쟁력 착실히 쌓아나가


Q 학교 활동에서 진로 찾기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중앙대(안성) 의상디자인학과에 합격한 허강준 학생(강남구 영동고 졸)은 학교 안에서 미대 입시 경쟁력을 착실하게 쌓아왔다.(참고로 중앙대 미술대학은 안성 캠퍼스에 있음) 어릴 때부터 액세서리와 패션에 관심이 많았지만 미대 입시를 생각해본 적은 없어서 고교생활에서 진로의 전환점이 된 셈이다.
허강준 : “미술 교과 강기태 선생님의 권유로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1학년 때 미술 관련 방과후 수업을 들었거든요. 그때를 계기로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고2 여름방학 때 미술대학으로 진학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그리고 2학년 때 ‘예체능 진로 집중 과정’ 방과후 수업을 들으며 수채화를 다루는 방법과 재료에 대한 이해, 그림의 공간감 같은 기초적인 지식을 익혀나갈 수 있었죠.”

Q 동아리 활동으로 진로 탐색
허강준 학생은 교내 동아리 활동 속에서 다채로운 진로 탐색을 이어갔다. 미술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학교 축제를 주도하고, 제2회 강남서초 고교연합 학생 미술 전시회에 작품도 출품했다. 특히 축제에서 미술부 홍보를 위해 민속촌을 연상케 하는 초가집을 부원들과 함께 직접 만들었고, 손금과 관상 이벤트 등 참신한 활동도 이어갔다.
허강준 : “디자인 관련 자율동아리도 만들어서 버려진 옷이나 구제 옷을 새롭게 리폼해보면서 의상 디자인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죠. 패션쇼를 참관하면서 런웨이에서 모델들이 옷을 입고 작가의 작품성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을 보면서, 패션과 관련한 나만의 아이덴티티가 필요하다는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또, 버려진 물건이나 현수막을 재활용해 패션,액세서리를 만드는 기업을 탐방하며 사회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디자인적 가치도 고민해보게 되었죠.”

Q 독서 활동으로 더해진 전공적합성
전공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열정은 깊이 있는 독서 활동을 통해서 더욱 빛을 발했다. 허강준 학생은 한 권을 읽더라도 깊이 있게 사색하고 탐독하며 전공과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찾아 나가는 나침반으로 삼았다고 한다.
허강준 : “<미학 오디세이>나 <알랭 드 보통의 아름다움과 행복의 예술>, <패터 춤토르 분위기> 등의 책을 읽었습니다. 페터 춤토르는 ‘나의 건축에 있어서 분위기는 모든 것’이라고 말했는데, 분위기라는 자기 작품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보면서 제가 꿈꾸는 의상 디자인에 대한 방향성을 고민해보게 되었죠. 또, 알랭 드 보통의 책은 현대에서 예술이나 미학이 필요한 이유를 잘 규명하고 있어서 전공 진로에 대한 고찰이나 사고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습니다.”

Q 미술 영재교육원의 다채로운 활동
허강준 학생은 학교장 추천을 받아 지원한 청량고 영재교육원에도 최종적으로 합격해, 주말마다 다채로운 창의 미술,융합 활동에 참여했다. 전공에 대한 폭넓은 경험도 쌓을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공동 작업’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볼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 중요했다.
“학교장 추천을 받아서 지원했지만 1단계 원서접수와 2단계 실기고사, 3단계 면접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었어요. 학교 방과후 수업 때 익혔던 미술의 기본기를 떠올리며 스케치와 인체 비례 등의 실기를 봤었고, 운이 좋게 합격했습니다. 영재교육원에서는 조를 짜서 활동했는데 통솔하고 리드하는 것뿐 아니라 소통하고 함께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들이 저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왔죠. 이런 경험과 깨달음은 자기소개서에도 진솔하게 담았는데, 중앙대는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로만 선발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활동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Tip 허강준 학생의 수시 준비 조언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한다면 자신의 전공 분야를 얼마나 깊이 있게 이해하고 관심과 흥미를 느끼고 있는가,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학교 활동 안에서 찾을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학교에서 ‘나의 길 스케치하기’라는 선택 활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처럼 스스로 진로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고민이 나중에는 자기 성장으로 돌아오고, 결과적으로 자기소개서를 내실 있게 채우는 지름길이 되리라 생각한다.




정시 합격 ① 홍익대 디자인학부 합격생 _ 최종윤 학생(단대부고 졸)
정시 속의 수시, 홍대 미술 활동 보고서 철저히 준비!


Q 건축 vs 디자인 진로 고민
정시모집에서 홍익대 디자인학부에 합격한 최종윤 학생(강남구 단대부고 졸)은 어릴 때부터 그리고 만드는 것을 좋아했지만, 수학과 과학에도 흥미가 있어 건축과 디자인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고교 진학 후 구체적인 진로 방향을 모색하면서 진지한 고민을 이어갔다고 한다.
최종윤 : “두 분야를 비교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지만, 브랜딩에 관심이 생겨서 최종적으로 디자인 분야를 진로로 선택했습니다. 브랜딩이 디자인뿐 아니라 여러 분야를 포괄할 수 있기 때문에 1학년 때부터 다양한 학교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Q 수시파? 정시파? 모든 활동 집중
최종윤 학생은 전형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는 교과와 교과 외 활동을 아우르며 학교활동에 충실히 임했다. 그러한 활동이 결과적으로 홍익대 디자인학부가 요구하는 ‘미술 활동 보고서’를 내실 있게 만드는 계기가 됐고, 더불어 내신과 수능 모두 철저히 준비해나가는 든든한 자양분이 됐다.
최종윤 : “고1부터 내신 성적도 신경 쓰면서 동아리 활동이나 학생부 교과 세특도 챙겼습니다. 1학년 때 영상제작 동아리 차장을 맡았고 2학년 때 자동차디자인 관련 동아리 부장을 맡았었는데요. 홍익대는 리더십과 소통 능력도 주목하기 때문에 이런 활동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또, 교과별 자율 주제 발표 시간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간혹 후배들이 ‘미술과 관련 없는 다른 분야를 탐구,발표하는 게 의미가 있냐고 묻는데, 디자인은 미술이나 예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와 상호보완적인 관계라 오히려 다른 분야와 접목해 저만의 디자인 안목을 드러낼 좋은 기회가 됩니다.”

Q 정시 속의 수시, 미술 활동 보고서
홍익대 디자인학부 정시모집 전형은 1단계에서 수능 성적 100%로 3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서류(미술 활동 보고서)로 선발한다. 미술 활동 보고서는 3개 항목(교과 활동, 비교과 활동, 종합적인 활동)을 작성해야 하고, 이는 진로와 관련한 학교 활동과 전시 관람 등 외부 활동을 아우르며 역량을 쌓아야 내실 있게 채울 수 있다.
최종윤 : “교과 활동에는 최대 5가지를 기재할 수 있습니다. 교과목을 적고 활동 내용 및 자기 평가 내용을 500자 이내로 적어야 하는데, 저는 다채로운 학교 활동 경험을 담았습니다. 예를 들어 단대부고에서 각자 신발을 만들어 조별로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광고물을 영상으로 제작하는 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 조는 신발을 담는 포장 상자에 주목해 중심 개념을 통해 어떤 식으로 광고물이 제작되고 브랜드명이 만들어지는지 등을 역발상으로 탐구한 내용을 적었습니다. 영어 수업 시간에는 ‘예술과 디자이너의 차이’를 부각하기 위해 픽토그램을 예로 들어 예술가는 주황색, 디자이너는 청색을 통해 색상의 대비를 통한 개념 설명을 접목했죠.”

Q 디자인 안목과 역량 강화
최종윤 학생은 수능 준비에 만전을 기하면서도 외부 전시나 심층 독서 활동 등을 통해 디자인적 안목과 역량을 키워나갔다. 확고한 진로 설정이 학습 동기부여가 되면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데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 것이다.
최종윤 : “전시를 관람할 때도 ‘왜 이 작품들은 이렇게 밖에 표현될 수 없었을까’ 하고 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작가의 의도를 역추적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전시회는 21회 관람했고, 독서는 23권을 심도 있게 읽었어요.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사고를 확장하면서 조금씩 성장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홍익대 디자인학부를 목표로 한다면 입시 전형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Tip  최종윤 학생의 정시 준비 조언
홍익대 디자인학부 정시모집 입학전형의 특징은 수능 점수 컷이 높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과 학교 활동이 담긴 ‘미술 활동 보고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정시 미대 입시는 수능과 실기를 반영하는데 반해, 홍익대는 실기가 없는 비실기 전형이면서도 수시 준비와 동일하게 미술과 관련한 유의미한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정시 합격 ②  성균관대 디자인학과 시각디자인전공 1학년 _ 홍현기 학생(영동고 졸)
수능·실기 6:4 균형 있게 준비해 입시 효율 높여


Q 취미와 진로 사이
정시모집에서 성균관대 디자인학과 시각디자인전공으로 합격한 홍현기 학생(강남구 영동고 졸)은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다고 한다. 이후 웹툰 그리기에 흥미를 느껴 중1 때부터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기본적인 미술 드로잉과 창의력 미술을 접하게 되었다.
홍현기 : “중2 때 미대 입시를 준비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입시 미술의 현실은 제 생각과 많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금방 생각을 접고 취미로 그리기 시작했죠.(웃음) 그리고 고2 때 진로와 대학입시를 사이에 두고 고민하던 중에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만화 그리기를 새로운 분야와 접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때부터 디자인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미대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Q 수능과 실기의 효율적 준비
홍현기 학생은 학교 미술 선생님께 기본기가 탄탄하고 실기력이 우수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고3 때는 정작 실기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로 슬럼프를 경험하기도 했다.
홍현기 : “성균관대 디자인학과 정시는 수능 60%(국어, 영어, 사회탐구 2과목, 한국사), 실기 40%가 반영되는데, 수능과 실기를 균형있게 준비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수능 공부에 집중하면 실기에 소홀하게 되고, 실기에 집중하면 수능 준비가 느슨해지니까요. 그래서 마음을 다잡는 것을 일순위에 두고, 그 다음 저 나름의 규칙을 만들어 공부 시간과 실기 시간을 효율적으로 분배해나갔습니다.”

Q 학교 안에서 찾은 돌파구
홍현기 학생은 수능과 실기 준비라는 정시 부담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교과 발표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불현 듯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발표 주제로 삼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미술적 재능을 ‘발표 자료 꾸미기’로 표출한 것이다.
홍현기 : “독서와 문법 시간에 나라별로 언어의 발음이 다르다는 점에 흥미가 가더군요. 그래서 중세국어의 사라진 발음과 현재의 알파벳 발음을 연구해 한글 발음 기호로 새롭게 만들어 디자인해보기도 했죠. 세계사 시간에는 중세 과학자들의 사진을 포토샵 기술로 입을 움직이게 만들어, 그들이 직접 설명하는 것처럼 재미있는 발표 자료도 만들었습니다. 자율 주제 발표 시간에는 저 자신이 만화를 그리는 모습을 자화상 웹툰으로 한 컷 한 컷 그려서 PPT 여러 장으로 만들고, 이걸 빠르게 넘겨서 마치 움직이는 웹툰처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활동들이 학생부 세특을 채우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오히려 이렇게 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 부담감이 없었기에 정시 실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참신한 돌파구가 될 수 있었죠.”

Q 성균관대 실기 후일담
성균관대 디자인학과 시각디자인전공 실기는 소재(물건, 사진 등 실물 소재 소묘)와 주제(사고의 전환을 꾀하는 디자인적 발상)를 주고 이를 4절지 2장에 각각 표현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2020학년도 실기에서는 주어진 소재는 ‘스프링이 달린 롤링펜’이었고 주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계의 연결’이 제시되었다고 한다.
홍현기 : “롤링펜은 매우 복잡한 소재입니다. 이것을 소묘로 다 그리려면 시간 안에 그리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해, 저만의 관찰력을 드러내면서도 함축적 의미를 담았습니다. 펜은 바닥에 쓰고 있는 형태로, 대신 잉크가 떨어져 있고 스프링은 바닥 뒷부분으로 가려져있다는 설정을 통해 스프링을 생략하고 단시간에 소묘를 완성할 수 있었죠. 주제는 ‘연결’이라는 단어에 주목해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사물로 비유해서 담아냈습니다. 뱀을 그렸는데, 머리 부분은 디지털을 형상화해 키보드 자판을 뱀의 비닐 형태로 그렸고, 꼬리는 방울뱀처럼 말린 부분을 형상화해 막대기에 달린 펜촉으로 그려넣었습니다. 소묘를 완성해 나가면서 주제에 대한 발상을 고민해 나갔기 때문에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죠.”  

Tip  홍현기 학생의 실기 준비 조언
성균관대는 소재와 주제를 자신만의 영감과 아이디어로 주어진 시간 안에 잘 담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입시 미술에 지나치게 매달리기보다는 오히려 전시 관람을 하거나 일상 속에서 디자인 발상을 떠올려보는 등 열린 생각을 가지는 것이 실기력을 키우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피옥희 리포터 piokh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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