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인

자연보존과 기록에 몰두하는 청년 ‘차두원과 류준열’

자연과 환경을 관찰하며 삶의 방향을 찾지요

박경숙 리포터 2017-02-23

사라지기 전 우리 지역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책으로 내고 지역 곳곳을 다니며 생태 현황을 기록으로 남기는 청년이 있다. 10년 넘게 고덕수변생태복원지 자원활동가로 열정을 쏟고 있는 차두원.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둔촌아파트의 추억 어린 나무를 수년간 찍어 온 류준열. 이 두 청년은 20대 초·중반의 나이지만 스스로를 다지며 고등학생 시절부터 꾸준히 해 온 일을 지금도 뚝심 있게 밀어 붙이고 있다.


강동구 생태계의 산 증인 ‘차두원’



드라마 허준이 바꾼 그의 삶
초등학교 2학년 때 본 드라마 ‘허준’이 삶의 방향에 큰 영향을 끼쳤다. 다양한 약재와 약초가 명약이 되는 것에 반하고 만화 동의보감을 벗 삼아 동네 근린공원을 돌아다니며 식물채집을 시작했다. 처음 발견한 것이 달개비꽃. 호기심과 탐구욕에 가득 찬 초등생 차두원은 주변의 나무와 꽃 이름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리스트로 만들었다.
“중3때 교사식물연구회 활동을 깊이 있게 하시던 사회선생님을 만나 식물채집에 애착을 더 갖게 되었지요. ‘여우주머니’라는 희귀식물은 사회선생님과 저의 추억이 담긴 풀입니다. 그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서 고집 세고 끈질기게 매달렸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합니다.”



강동구에서 나고 자란 정통 강동지기
강동구 암사동에서 태어나 27년을 산 강동지기인 차두원(27세)씨는 고1시절 고덕수변생태복원지 자원활동가 과정을 수료하며 식물과 조류 등 생태 모니터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1년 동안, 주5회 정도 꾸준히 진행한 모니터링 결과는 그의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삶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겨울에는 수영산과 고덕동, 한강변을 중심으로 야생조류를 살피고 봄부터 가을까지는 강동구 전 지역을 돌며 식물, 곤충, 조류, 파충류, 양서류, 포유류 등을 관찰하고 사진과 기록으로 남긴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은 우리 집 근처 동네 산이다’라는 생각으로 뭉친 수영산생태문화공동체에서 8년째 환경운동을 펼치고 있다. 또 모니터링 팀장을 맡으며 청소년 프로그램 진행도 함께 한다.

11년간 정성이 깃든 강동구 동·식물 현황 지도
자신이 직접 발로 뛰어 만든 강동구 동·식물과 곤충의 서식지가 표기된 지도를 펴 놓고 자연환경의 역사부터 변화를 쭉 훑어내는 차두원씨.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자연을 대하는 그의 진정성과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강동구에는 참나무가 많이 분포되어 있고 잡화꿀을 만드는 아까시 나무, 관목, 조팝나무, 국수나무 등이 많지요. 서울시 보호종인 도롱뇽과 기후변화지표종인 산개구리, 멸종위기종인 큰고니와 흰꼬리수리도 살고 있습니다. 희귀식물로 지정된 창포, 자라풀, 쥐방울덩굴, 낙지다리도 보호해야 할 식물이고요. 서울에서 제비가 가장 많이 서식하는 구이기도 합니다.”
한강변과 산에 있는 게아재비, 꼬리명주나비, 매부리도 보호해야 하며 예전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강일동의 가래여울마을도 보존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타까운 것은 강동구가 개발이 많이 되며 맹꽁이와 개구리 종류가 많이 사라지고 암사동 미나리꽝(못)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모습이라도 지키려는 노력, 주변 생태와 환경에 작은 관심이라도 갖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의 꿈은 평생 꾸준히 자연환경 모니터링을 하고 주변에 알리는 일, 대학원 환경관련학과에 진학해 깊이 있게 공부하며 그동안 쌓은 자료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내는 일이다.


둔촌아파트 나무를 책에 담은 ‘류준열’


사라지기 전의 모습을 담기 위해서

“고1때 재개발을 앞두고 비어 있던 고덕동 시영아파트를 찍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빈 아파트 단지에 들어 가 탐험하는 기분으로 구경했지요. 사진이 좋아 ‘앞으로 사진을 쭉 찍어야지’하는 생각만 했습니다. 시영아파트를 3~4일간 계속 찍었고 그게 저의 첫 연작이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단지가 철거되고 순식간에 사라져버려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상적으로 느꼈던 곳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게 이런 식의 충격을 주는구나하면서 멍했지요. 이후 부지런히 다니며 놓치지 말고 사라지기 전의 우리 지역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을 전공하는 대학 3학년인 류준열(22세)씨는 5년째 우리 지역의 변화하는 모습과 한창 아파트를 지으며 개발 중인 하남의 모습도 자료사진으로 만들고 있다.

동북고 통학로의 벗이었던 ‘아름드리나무’
둔촌아파트 옆에 있는 동북고를 졸업한 그는 아파트 곳곳에 수 십 년 된 나무들이 가득한 통학로를 3년간 걸어 다녔다. 대학생이 된 후에는 본격적으로 둔촌주공아파트 구석구석을 탐방하며 8번의 계절을 담은 나무 사진을 찍었다. 재건축되면 사라질 오랜 나무를 기록으로 남겨 자연과 생활 터전을 생각해 볼 기회를 갖고 싶었다.
“봄에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기를, 여름에는 울창하게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한 줄기 빛을, 가을에는 울긋불긋하게 물든 잎들이 햇빛에 비치기를, 겨울에는 눈이 펑펑 내려 가지에 고이 쌓이기를 기다렸어요. 사계절 모두 너무나 아름다웠고 더 담아내지 못한 지난 계절들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번 작업을 진행하며 그는 DSLR로 책에 실릴 사진을 찍고 추가로 흑백 필름으로 같은 사진을 다시 찍었다. 각 느낌의 다른 점도 찾아보고 직접 현상과 데이터를 잡으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톤과 색감을 어떻게 살릴 수 있는지 고민하기도 했다.



콜라보로 진행된 사진집 ‘아파트 숲’
“처음에는 사진자료 수집에 의미를 두고 책을 낸다는 생각까지는 안했어요. 매거진북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편집장인 이인규씨와 여러 의견을 나누며 책으로 내보자고 의기투합했지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며 사진과 구성에 대한 이야기, 추가 촬영 등에 대한 견해를 나누었습니다. 이런 작업을 통해 생각이 조금씩 바뀌면서 독립출판 형식으로 책을 낼 수도 있고 텀블벅 같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도 책 만드는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도 배웠습니다.”
어떤 사진을 찍었을 때, 거기에 무슨 의미가 담겨 있고, 왜 그런 사진을 찍었는지 꾸준히 고민하고 스스로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류준열씨. 그는 둔촌주공의 아파트 숲이 사라지기 전 상가에 대한 이야기, 학교들에 대한 기획, 아파트 단지별 이야기 등 둔촌 백과 같은 마무리 짓는 작업을 위해 사진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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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숙 리포터 kitayama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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